로그인

  머뭇거리지 마세요.
운영자  [Homepage] 2008-12-22 10:54:24, 조회: 2,259, 추천:388

머뭇거리지 마세요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으면 시려 견딜 수 없는 추운 퇴근길...마트에서 따뜻한 커피 한 캔을 사서 저는 총총거리며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골목 저만치에서 리어카와 할아버지가 보였습니다.
두터운 털 점퍼와 귀를 덮는 털모자를 쓰고 계셨지만 깊게 패인 볼과 깡마른 몸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녹슨 리어카를 옆에 세워두고 동네 전봇대에 버려진 종이 박스를 접고 계셨습니다.
뻣뻣한 종이 박스를 발로 밟아 반으로 접으려는데 제가 밟으면 금방 접힐 것 같은 박스인데도 잘 접지 못하시고 헛발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도와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옆을 지나는데 고민이 되었지만 곁눈질만 할뿐 결국 내 손은 창피하게도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를 지나쳐 골목을 돌아선 지 몇 분 뒤.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밟혀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이내 뒤돌아 서서 그 골목으로 뛰었습니다.
주머니에 있던 따뜻한 커피 한 캔을 꺼내 들고, 내 자신을 질책하며 말이죠.
할아버지는 그 곳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분명 멀리 못 가셨을 거라 생각하고 이 골목 저 골목을 계속 찾아 뛰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요.
꽤 먼 골목에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쓰레기 더미에 쌓인 박스를 골라내고 계셨습니다.
저는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날도 추운데 힘드시겠어요~" 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세상살이에 할아버지 맘도
얼어버린 듯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다가가 도와드리고 나서 10만원을 넣은 종이봉투와 함께 커피 한 캔을 드리고는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그 봉투에 제 마음이거든요~ 적지만 맛있는 거 사드세요~!"
가져가라며 다그치실까 얼른 골목을 돌아 뛰었습니다.
좋은 일을 하는 게 이런 기분일까요?
그날 밤 집에 가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했습니다.

-좋은글 중에서 –


  추천   목록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09  중년을 즐기는 아홉가지 교훈    운영자 2009/01/11 352 2019
108  행복의 비결    운영자 2009/01/06 370 2205
107  사군자의 향기    운영자 2009/01/06 408 2122
106  인생을 위한 기도    운영자 2009/01/06 357 1960
105  우리가 잊고 사는 행복    운영자 2009/01/06 356 1973
104  마지막 한 수    운영자 2009/01/02 449 2330
103  마음의 문을 닫지 말고 열어 두어라    운영자 2008/12/22 464 2306
102  아름다운 우체부    운영자 2008/12/22 401 2121
101  인생의 빛과 어둠이 녹아든 나이    운영자 2008/12/22 482 2387
 머뭇거리지 마세요.    운영자 2008/12/22 388 2259
    목록   이전   다음 [1][2][3][4][5][6][7] 8 [9][10]..[18]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공명과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