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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해신회를 찾아서
운영자  [Homepage] 2013-12-15 01:20:09, 조회: 1,766, 추천:411

잃어버린 해신회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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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벨이 울렸다. 벗의 전화였다.
“인자, ‘한우 고기’집에는 안 올끼가?”
한우 고깃집은 해운대 신시가지에 사는 친구들이 자주 모이는 고기 뷔페식당이다.
햇수로 따져보니 어언 13년이 되는 것 같다. '해신회'는 해운대 신시가지에 살 때, 정례화한 모임이라도 하나 만들자는 친구들의 제안에 우연히 결성된 모임이다. 그때는 그냥 막연하게 만든 모임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이 모임이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은, 총무의 꾸준한 열성이 만든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개인 사정으로, 결성되던 그 다음 해에 해운대 신시가지를 떠났고 그리고 그 후 나와는 인연이 없는 모임이라고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6월에 느닷없이 총무가 창립 멤버가 아니냐며, 모임에 나오라고 독촉을 했다. 처음에는 연고가 안 된다고 몇 번을 거절하다가, 결국 그때 같이 모였던 벗들이 보고 싶어 다시 모임엘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개월을 재미있게 참석을 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모임 장소로 찾아가는 교통시간이, 전철로 1시간 이상이 되니 차츰 꾀가 났다. 그래서 바쁘다는 이유를 핑계하며 슬그머니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꼬리를 감추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나오던 친구가 안 보이니 괘씸(?)했던지, 가까운 벗이 전화를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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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으며, 많이 미안하기도 했다. 비록 이미 삭아버린(?) - 친구들은 아니라고 고함치지만, 어디 세월 앞에 장사가 있나? 가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그 나이든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고, 그 얼굴에 젊은 날 팔팔하던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더불어 나도 저렇게 늙어간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전화를 받으며 벗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형님처럼 따뜻한 벗, 언제나 포근하고 조용한 벗, 강골의 논객, 점잖은 학자, 선비처럼 점잖은 벗, 현란한 논객, 멋은 없어도 인심 좋고 다정한 촌노, 이런 친구들은 소위 이권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 그래서 모임은 언제나 자유스러웠고, 만나면 반가운 웃음으로 항상 시끌벅적했다.
모임이야 서로 얼마나 젊어졌나(?)를 보는 일이니 크게 의미를 둘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만나 식사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반주 삼아 곱씹으며 얘기하는 것은 정녕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난번 모임에서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인간의 운명은, 그 집안의 환경적인 면이 지대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강골의 논객과 인간의 운명은 그런 환경적인 면보다 그 사람의 유전자가 결정한다는 현란한 논객의 날카로운 설전이었다. 환경적인 면이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를 생각한다면, 그 환경에 따라 그 운명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주장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유전자가 그 운명을 좌우한다는 현란한 논객의 주장도, 실제 많은 제자들의 임상에서 나온 것일 터이니, 이 주장 또한 맞는 말일 것이다. 설전은 술잔이 오고 가듯이 한참 왈가왈부 했다. 운명학자라고 자부하는 필자로서는 실제 3만여 명의 임상에서 나온 경험으로 이렇게 거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운명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환경이 70%, 그 나머지 30%는 유전자 즉 사주팔자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피력해주었다. 물론 이에 대한 이해는, 각자 인생을 살아본 경험대로 해석함이 옳을 것이다. 결론을 낼 수 없는 설전이 젊은이들처럼 풍성함은, 세월은 먹었어도 젊은 날의 기백만은 솨라(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기야 모두는, 아마 세월만 육십대일 뿐, 생각하고 있는 것은 30대에 머물러 있음을 알고, 가끔 스스로 깜짝 놀라기도 할 것이다.
그 동안 살기에 바빴던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여유가 생겼으니, 그 동안 안 보던 종편 방송도 볼 것이고, 그리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세상에 눈이 뜨이면, 지난날 어리석게 살아왔던 일들이, 내가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스스로 자책하는 일도 많을 것이고 그래서 가끔은 젊은이처럼 울분도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이 울분의 돌파구가 이런 모임에서 성토할 수 있으니, 이런 설전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우리들을 즐겁게 했다.
이렇게 설전이 지나가고 거나하면 다시 노래방으로 몰려갔다. 지난 날 불렀던 흘러간 노래를 부르며 모임의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노래는 모두 자기 속풀이용 노래는 하나씩 갖고 있었다. 챙겨보니 그 십팔번의 노래가 또한 화려했다. 모두 마음만은 젊은이들이었다.
세상사라는 것이 아침 이슬에 잠깐 풀잎에 맺혔다가 사라지는 이슬과 같다고 하든가? 남은 인생에서 더 이상은 대단한 이야기를 만들 일도 없을 것이니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세상살이가 그 사람에 따라 귀착점만 다른 것이 아니고 그곳으로 가는 길도 다르니 같을 수는 없다고 해도, 가끔은 살며 문득 일상을 벗어나 옆을 보고 또 뒤를 돌아다보며 내가 왜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지, 낯선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후회 아닌 후회가 될 때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 하나의 큰 방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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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친구도 친구라고, 전화하는 벗의 전화에, 나는 나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래서 전화로 얘기하는 내 변명이 참 초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이것도 일이라고 시간이 잘 안 나네. 그 동안, 토요일에 교육시간이 잡혀 있어서 통보를 받고도 참가할 수가 없었다. 이번 달은 안 되겠고, 다음 달부터는 나가도록 할게.”
“그래 그럼 다음 달에는 볼 수 있겠네?”
나오라는 말보다 더 가슴을 찡하게 한다. 시간이야? 새삼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친구가 나오라면 득달같이 나가는 것이지, 게으른 놈이 여태까지 게으름 피우다가, 시험 당일에 공부가 부족했다고 책을 펴든 꼴이니? 그래서 내 삶이 이렇게 서글프게 늙어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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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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